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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연구는 바이러스가 숙주의 선천성 면역을 극복하기 위해 이타적으로(다른 바이러스들을 위해) 협력(다른 바이러스들과)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동물들 간의 이타성과 같은 방법으로 설명될 수 있다고 한다.

많은 유기체들의 바이러스에 대한 일차적 방어는 감염된 부분을 격리하는 것이다. 포유류의 세포들은 바이러스가 침입할 경우 인접 세포에게 인터페론을 분비하여 '적색 경보(red alert)'를 울린다. 인터페론은 일차적 방어 역할을 수행하는데 바이러스는 이를 무력화하기 위한 변이를 일으키며 내성을 갖게 된다.

 

수많은 바이러스들은 침입한 세포의 주변 세포들까지 침입하기 용이하도록 인터페론을 차단하며 유기체의 면역시스템에 대항한다. Domingo-calap(2019)는 수포성 구내염 바이러스(Vesicular Stomatitis Virus, VSV)에서 인터페론을 차단하는 것이 이타적 협력의 한 형태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인터페론 차단이 그 침입한 부분 주위의 바이러스 집단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행동이나 특성이 이타적이라는 것은 수행 비용이 크고 타 개체에게 이익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비용과 이익은 진화적 적합성(evolutionary fitness)의 시간 속에서 생산되는 '자손의 수'로 정의된다. 이타성을 설명하는 것은 진화 생물학의 근본적인 문제이다. 다윈의 '적자생존' 아이디어를 생각해볼 때, 우리는 자신의 적합성을 훼손(손실을 감수)하면서도 어떻게 타 개체의 적합성을 높여주는 행동을 설명할 수 있을까?

 

해밀턴(Bill Hamilton, 1964)의 친족 선택설(kin selection theory)로는 이타성을 설명할 수 있다. 해밀턴은 이타성의 대상이 이타주의 유전자를 공유하는 친족을 향할 때 설명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 이론은 해밀턴의 규칙(1963)으로 간단하게 정리할 수 있다. 이타주의가 'rb-c > 0' 일때 편애된다고 한다. r은 개체 간의 연관성(relatedeness), b는 이타주의의 수혜자가 가지는 적합성 이익(benefit), c는 적합성 비용(cost)이다. 연관성은 이타주의를 일으키는 유전자를 공유할 가능성을 본질적으로 보여주는 유전적 유사성(친족) 척도이다.

 

이타주의는 보통 동물 세계의 맥락에서 논의되지만 도밍고 칼리프 등은 이타주의가 바이러스 세계에서도 발생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VSV(수포성 구내염 바이러스)의 인터페론 차단에 적합한 해밀턴 규칙을 도출하고 매개변수를 추정했다. 

1) 인터페론을 막는 야생형 VSV와 인터페론을 막지 못하는 돌연변이 VSV를 이용한 실험을 진행하였다.

credit: Nature

- 돌연변이 VSV는 유전공학적으로 설계된 야생형 VSV의 변형으로 인터페론이 결핍된 암세포에서는 퍼질 수 있으나 건강한 조직에서는 퍼질 수 없다.

- 세포의 인터페론 반응이 감소했을 때 야생형 VSV와 돌연변이 VSV의 증가율을 비교하였다. 해당 조건에서 야생형 바이러스는 인터페론 차단 비용을 지불하지만 그로 인해 받는 효과는 없다.

- 실험결과 돌연변이 VSV의 성장률이 야생형보다 높았다(야생형은 인터페론 차단 비용 때문에 증가율이 감소한 것).

2) 바이러스의 인터페론 차단이 해당 지역 바이러스들에 대한 공유 이익을 창출하는 정도를 측정하였다

- 분리된 각 바이러스 그룹(야생형, 돌연변이형)의 전체 증가율을 비교한 결과 인터페론을 차단하는 경우(야생형)가 증가율이 더 높았다(돌연변이형의 약 16배).

 

도밍고 칼라프 외 연구진은 관련성(r)을 직접 측정하지는 않았으나 관련성의 정도에 따라 인터페론 차단 이득에 영향을 미치는지 실험했다.

- 서로 상이한 관련성 조건 중 야생형은 관련성이 높을 때 인터페론 차단 이득이 더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

- 구체적으로는 완전히 구조회된 조건(r=1)에서 야생형이 돌연변이형 보다 경쟁력이 뛰어났고 중간 조건에서(r=0.3) 야생형이 비교적 작은 적합성 이점으로 인해 돌연변이형을 이겼다. 완전히 혼합된 조건(r=0)에서는 돌연변이 형이 야생형보다 경쟁력이 높았다.

- 도밍고 칼라프 외 연구진은 생체내 작업 또한 수행하였으며 혼합 감염에서는 돌연변이형이 야생형보다 경쟁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연적인 환경에서의 감염 속에서 바이러스 간 협력이 어떻게 유지될 수 있는지에 대한 가능한 설명은? 감염이 종종 소수의 바이러스 입자에서 시작하여 관련성이 높으며 혼합 감염이 상대적으로 드물게 유지되는 환경의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 이 연구는 사회적 상호작용이 바이러스의 진화적 성공에 어떤 중요성을 가지는지 설명해준다. 특히, 같은 세포를 감염시키는 바이러스 뿐만 아니라 다른 세포를 감염시키는 바이러스간 협력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는 바이러스의 사회적 본질에 대한 수많은 새로운 의문을 제기한다.

- 바이러스의 다른 특성들은 친족 선택에 의해 유지되는가?

- 치료에 사용하기 위해 인간은 바이러스가 협력에 반하는 선택을 하도록 관련성을 교란할 수 있을까?

- 자연적 바이러스 감염에서 협력의 붕괴가 일어나며 이것이 질병 역학관계에 영향을 미치는가?

- 지난 20년 동안 우리는 세균에서도 협력이 병원성과 증식 성공에 근본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우리는 바이러스에서도 비슷한 형태의 혁명을 경험할 것인가?

 

보다 광범위하게 위 연구는 동물의 이타주의를 설명하기 위해 개발된 친족 선택의 이론이 어떻게 바이러스에 적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친족 선택 이론은 모든 수준의 생물학에서 협력과 갈등을 설명하는 데 사용되어왔다. 아마도 이젠 이 목록에 바이러스까지 추가할 수 있을 것 같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64-019-0463-0

Leeks, A., West, S. Altruism in a virus. Nat Microbiol 4, 910–911 (2019).